Unframed pureness

정체성 (Identity)
서재현
2025 · 50 x 55 x 165 cm
작품 설명
이 작품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나라와 문화권을 옮겨 다니며 살아온 작가의 경험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익숙해졌지만, 어느 한곳에도 완전히 속해 있다는 감각을 갖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작가의 정체성을 하나의 분명한 모습보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얻은 기억과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 상태로 바라보았다. 작품의 형태는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상자 속 양과 보아뱀의 실루엣, 그리고 불규칙하게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영감을 받았다. 겉으로 보이는 형상만으로는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보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이는 사람의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배경과 내면을 모두 알 수 없다는 생각과 연결된다. 작품은 재활용 쓰레기를 쌓은 뒤 광목천과 검은 천으로 감싸 제작했다. 조명을 켜면 광목천을 통해 내부의 실루엣만 드러나며, 멀리서 보았을 때는 하나의 조명이나 인체 같은 형태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정돈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이러한 외부와 내부의 차이는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과 실제로 개인 안에 축적된 경험 사이의 간격을 표현한다. 겉에서는 하나의 형태로 정리되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문화와 기억, 소속되지 못했던 경험이 뒤섞여 있다. 이 작품은 그러한 불완전한 축적 역시 작가의 정체성을 이루는 일부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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