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ramed pureness

인형뽑기 기계 속에는 보아뱀이 없나요? (No Boa Constrictor in the Claw Machine?)

인형뽑기 기계 속에는 보아뱀이 없나요? (No Boa Constrictor in the Claw Machine?)

Xeno Park

2026 · 190 x 90 cm

작품 설명

쨍한 네온 조명 아래 뒤엉킨 인형들. 내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한 순간 집게 끝에서 인형이 미끄러지고, 몇 초간 한껏 달아오른 마음은 허탈함에 팍 식는다. 괜스레 빈 주머니 속을 더듬다가 터덜터덜 오락실을 나온다. 그렇게 오락실을 나와, 그럴듯한 목적지가 있는 듯 걸었지만 사실 정처 없었던 걸음의 발자국이 꽤나 많이 남은 지금, 어른이 된 내가 도착한 세상은 인형뽑기 기계 속. 인형뽑기 기계 안에서, 기계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마주하며, 어린 내가 가진 마음을 살펴본다. 그 마음은, 마음대로 하는 마음이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하얀 토끼 인형에 ‘남극에서 온 슈퍼 토끼’라는 이름을 붙이고, 개연성 없는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불어넣던 그런 마음. 어른이자 사회인이 된다는 것은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지켜줄 수 있는 근사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그런 마음을 잊게 되는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면 내쳐지는 냉혹한 사회에 들어서면, 오차 없는 자수와 정교한 실루엣을 가진 말끔한 인형처럼, 스스로를 규격화된 가치에 맞춰 가기 바쁘다. 그렇기에 어른의 삶은 거대한 시스템의 굴레 속에서 무력해지고 휩쓸리기 쉽다. 하지만 사회인의 대다수는 시스템 안에 살아가야 한다. 이는 부끄러움이나 규탄의 대상이 아니며, 그저 우리 삶의 단면일 뿐이다. 어른의 삶에서 오는 무력함에 숨이 막혀오는 순간이 온다면, 잠시, 세상이 말하는 세상을 잊고, 어린왕자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듯, 마음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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